2009년 5월 20일 수요일

Hay-on-wye

런던에서 서쪽으로, 기차로 달리면 약 2시간 반. 웨일즈와 잉글랜드의 경계에 Hay-on-wye 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어디와 어디 경계 뭐 이런 말은 좀 진부한것 같지만 정말 이 경계란 말을 안할수가 없는게 이 마을은 심지어 그 경계에 의해 마을이 나누어져 있다. (정말 경계에 있지 않은가!) 뭐지. 보통 산이나 강 같은 자연 지형에 따라 경계도 나뉘고 자연스레 마을이나 시, 도 같은건 잘 나뉘지 않는게 정상 아닌가. (물론 마스터 키튼 같은데 보면 동 베를린과 서 베를린이 나뉘면서 저택이 나뉘는 경우도 나오긴 한다만)

이 작은 마을엔 재밌는 사연이 하나 있다. 멀지 않은 옛날에 Richard booth 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살아있다. 어쨌든 이 사람이 젊었을때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뭘 할까 생각한거지. 다들 그런거 아니겠어? 졸업은 했는데 할껀 없... 아 그건 내 얘기구나. 암튼 이 사람은 1961년 자기 고향에 헌책방을 열었단다. 워낙에 책을 좋아했던거지. 영어에선 bibliophile 이라고 한단다. (이런 단어가 있다는것 조차 신기하다 나로써는. 뭐 쭈글님 같은 분이나 어울릴듯한 단어인가) 근데 몇몇사람들이 또 헌책방을 열기 시작하고.. 그게 점점 커져서 지금은 세계 최초의 책마을 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고 1988년부턴 그에따른 문학 축제가 열리기에 이른다.

이 사람 좀 괴짜였나보다. 헤이 왕국이니 헤이의 왕니 하는걸로 불리우고 실제로 여권을 발행하기로 했다는걸 보니. 심지어 헤이 축제를 시작한 사람은 포커에서 딴 돈으로 시작했다는! 오 대단한데!

이 마을에 가보고 싶었었다. 좀 예전부터. 정확히는 2002년부터. 때는 한창 졸업전시회 준비로 바빴고 리서치 도중에 이 마을을 알게 되었다. 헤이리 아트밸리 라는데가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거기가 여길 보고 벤치마킹을 많이 했다고 했었거든. 뭐 대체 뭘 어떻게 벤치마킹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름해서 돈따서 만들기 시작했나) 그게벌써 7년이 지났구나. 그때는 정말로 막연했는데. 이렇게 막상 다음주에 가려니 신기하기도 하고 좀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뭐 지금 상황도 별로 안좋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하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좀 자신에게 -많이- 관대한 마음으로 다녀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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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건 표면적인 이유고 진짜 이유는 맥북 프로 타려고 블로그 쓰는거고, 글감찾으러 떠나는거다. 후훗. 어떤게 진짜일까요. 어이 이봐 거기들. 맥북 프로 타려고 안하던 블로그 만들고, 블로그에 쓰려고 웨일즈까지 가는 이정도 정성 보이는 블로거 또 있나? 앙?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여행 후기
    여행의 시작은 가기전 짐을 싸는것 부터 후기의 시작은 예고부터. ㅎㅎ Hay-on-wye 다녀왔어요. 지금은 피곤해서 사진을 옮기지도 못하고 누워 있습니다. 내일 정리되는대로 올려봐야죠. 근데 이거 트랙백 방법이 좀 생소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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